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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 투성이 '성분명처방 시범사업'

허점 투성이 '성분명처방 시범사업'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7.09.1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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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승인 늦어져 조제내역서 등 발행 못해
문서화된 지침없어 혼란···환자 안내문 등도 지연

▲ 국립의료원은 성분명처방에 대한 처방전을 발행할 때 조제내역서를 함께 발행, 약국에서 실제 처방약을 기입해 주치의에게 돌려보내도록 하기로 했지만 복지부의 승인이 늦어져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시범사업에 대한 환자 안내문 역시 18일 이후에나 배포할 계획이다.

국립의료원이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17일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을 단행한 가운데 시행 단계 곳곳에서 준비부족이 여실히 드러나, 시범사업을 성급하게 진행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

우선 시범사업 첫날 성분명처방 건수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오히려 시행 과정을 궁금해한 기자들이 직접 진료를 받으러 나서야 했을 정도.

이날 오전 진료를 마친 내과계열의 한 스탭은 "내원환자 중 4명 정도가 성분명처방 대상이 됐지만, 성분명처방 여부를 물었더니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 실제 성분명처방 사례로 이어지지 못했다. 오히려 환자들이 진료실에 들어오면서부터 성분명처방을 원치 않는다고 하더라"면서 "아마 대한의사협회에서  나눠준 유인물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의협이 오전 진료가 시작되기 전부터 "성분명처방 대신 그동안 해오던대로 제품명 처방을 해달라고 요구하라"는 내용을 담은 환자 대상 유인물을 배포한 것이 효과를 톡톡히 거둔 셈. 하지만 첫날 성분명처방률이 저조했던 것은 국립의료원이 시범사업을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준비하지 못한 까닭도 있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있다.

이 스탭은 "의료원 스탭들이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에 대한 문서화된 매뉴얼을 준비해줄 것을 요구했는데, 지침이나 환자 안내문 등을 미리 받지 못해 애를 먹었다"며 "주치의에 따라 환자에 대한 설명이 달라질 수도 있고, 나중에 시범사업에 대해 제대로된 평가를 하려면 통일된 지침에 따라 시범사업이 진행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스탭들이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한 것도 처방률이 낮은 원인이 됐다. 성분명처방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일부 스탭들에 대한 설득에 실패한 것도 향후 시범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외과계열의 모 스탭은 "이번 시범사업과 관련이 깊은 특정 진료과에만 정보가 집중돼 같은 병원에 있어도 다른 진료과는 시범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조차 잘 모른다"며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원내 스탭 교육이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스탭은 "성분명처방 대상 의약품은 처방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약들"이라며 "의사 입장에선 굳이 진료시간이 길어지고 위험 부담이 많은 성분명처방 대상약을 처방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처방 사례가 거의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립의료원은 성분명처방에 대한 처방전을 환자에게 발행할 때 조제내역서를 함께 발행, 약국에서 실제 처방약을 기입해 주치의에게 돌려보내도록 하기로 하고 스탭 교육까지 마쳤지만, 복지부의 승인이 늦어져 계획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시범사업에 대한 환자 안내문 역시 수정작업이 지연돼 18일 이후에나 진료과별로 배포할 계획이다.

첫날 시범사업을 마친 강재규 국립의료원장은 "이번 사업이 큰 문제가 되는 약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일일이 실시간으로 보고받을 사안도 아니기 때문에 일주일이나 한달 단위로 원내 의견을 들을 생각"이라며 평가를 뒤로 미루고 "정부가 만일 성분명처방을 전면 확대 실시할 경우 의료 전문가로서 먼저 나서서 정부를 설득하고 막겠다. 다만 성분명처방이 필요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의료계가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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